산림조합뉴스 145호

아빠와 함께 배우는 자연 이야기 글+그림 황경택_『숲 읽어주는 남자』 저자, 만화가 일본 여행은 어땠어? 집밥이 최고야! 외국에서 왔구나? 어디에나 잘 자라. 적응력이 좋구나? 뭘? 아, 그렇네? 외국에서도 잘 적응하고 살잖아. 아빠도 개망초에게 배워야겠어. 원래는 외국에서 관상용 으로 들여왔다가 지금은 귀화식물이 된 거야. 이름이 좀 그렇다. 길가에 자라는 풀이라고 이름을 대충 지은 건가? 정확히는 개망초야! 계란꽃 이다!! 다른 것보다 음식이 입에 안 맞더라고. 여행? 글쎄... 맛난 거 많을 텐데... 난 그냥 매일 계란프라이만 해 먹었어.. 104 2025 June 6월,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개망초 이처럼 망초와 개망초는 둘 다 번식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개망초 가 외래종인 점을 생각하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외래종 은 기후나 토양조건이 자생지와 다른 타지에서 적응하고 정착하 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 세계로 뻗어나가 어디 서든 쉽게 볼 수 있게 된 개망초에게서 환경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 신과 개척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정도 많고 이주노동자도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살던 고국을 떠나 가족들과 헤어져 외국에서 지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죠. 낯선 땅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존중 해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어떤 일이든 처음 한 사람들이 있지요. 그 사람들의 용기 와 도전의 결과로 다른 사람들이 좀 더 편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 다. 새로움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는 귀화식물 개망초의 삶에서 한 수 배우는 계절이 되길 바랍니다.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잎을 최대한 크게 만 들어서 열심히 광합성하는 계절입니다. 이 무렵에도 꽃을 피우고 꽃가루받이를 준비하는 식물이 많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초여름 꽃을 피우는 ‘개망초’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개망초는 흰색 꽃잎 안에 노란 중심부가 있어 소꿉놀이할 때 계란 프라이로 활용되곤 합니다. 어린이들이 개망초를 ‘계란꽃’이라고 부르는 이유죠. 학명은 Erigeron annuus입니다. 안누스(annuus) 는 ‘1년생 초본’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개망초는 가을에 돋아서 겨 울을 로제트 형태로 견디고 이듬해 꽃대를 올리니 2년에 걸쳐서 생장합니다. 이런 경우를 식물학적으로 ‘해넘이 한해살이’ 식물이 라고 합니다. 개망초와 비슷한 ‘망초’라는 풀이 있습니다. 잘살던 집안이 망하면 그 집에 피는 꽃이라는 것이 이름의 유래인데요. 개망초는 망초와 비슷하다 해서 ‘개’ 자를 덧붙인 것입니다. 이처럼 식물 이름에 ‘개’ 자를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주로 원래 있던 식물과 비슷 하지만 그보다는 못하거나 더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에 붙이죠. 망 초나 개망초는 워낙 개체 수가 많고 바람에 씨앗을 날려 보내는 번식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쉽게 자라납니다. 다시 말해 망초나 개망초는 집안이 망해서 피는 꽃이 아니라 집안을 돌 보는 사람이 없거나 이사를 가면 마당이나 정원이 방치돼 많이 보 이게 되는 것이지요. 꽃 피긴 전의 개망초 다른 국화과들과 비슷하게 혀모양꽃과 통모양꽃으로 이뤄져 있다. 혀모양꽃잎은 세어보니 85개다. 105www.sanrimji.com
변화를 이끄는 힘의 원천 ‘숲’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안보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금, 우리의 식탁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한반도는 식량자급 률이 낮고,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곡물 시장의 불안정성이 고스란히 국민 식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병해충의 확산,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등으로 식량 생산이 위협받고 있으며, 전염병이나 불안 정한 국제정세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식량자원을 다양화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우리가 숲을 주목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산림은 목재나 경관 자원으로 인식되지만, 실은 다양한 식용·약용 자원을 품은 ‘먹거리의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숲에서 기원하여 장기간 육종된 산림신품종은 기후 적응력이 뛰어나고, 농지 외곽지 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며, 저투입·고효율이라는 장점을 갖춘 미래형 자원이다. 숲을 식탁과 연결하는 일은 단지 자원의 재활 용이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의 식량주권 확보 전략인 셈이다. 최근 이러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산림의 재배 환경에 알맞게 개발된 산림신품종이다. 이는 단순한 산림자원 을 넘어 고부가가치 미래 먹거리 자원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에 힘입어 우리 의 전통 식문화와 토종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숲에서 자생하거나 재배되는 식물들을 개량한 산림신품종들이 ‘숲푸드(K-Forest Food)’라는 이름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품종 개발부터 가공, 유통까지 연결되 는 흐름 속에서 산림은 미래 먹거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산림신품종,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 품종보호 출원된 725개 산림신품종 중 산채, 버섯, 특용, 약용작물에 속하는 320여 품종 (약 44%)은 새로운 식재료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최근 개발되는 신품종들은 단순히 크기가 커지거나 수량이 많아지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기호와 편의성을 반영하여 다양한 품질 특성을 지닌다. 글+사진 김윤영_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임업연구사 산림신품종, 미래 식탁을 책임질 새로운 숲푸드 98 2025 June 예를 들어, 대표적인 산채류인 곰취는 쓴맛과 강한 향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이에 쓴맛을 줄이고 향 을 부드럽게 개선한 품종뿐만 아니라 쌈, 절임, 생나물, 묵나물 등 전통적인 용도는 물론, 김밥의 ‘김’ 대신 쓸 수 있도록 나물 말이용 등 쓰임새에 맞게 다양하게 개발된 신품종들이 잇따라 출원·등록되고 있다. 두릅나무나 음나무처럼 새순에 가시가 있어 다루기 어려웠던 수종들도 가시가 없는 품종들이 개발되어 기능성 식재료로서 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쌈채로 개발된 곰취 품종들. 잎의 크기도 다르고 맛, 향, 식감 등도 매우 다양하다 가시 없는 두릅나무와 음나무 품종들 99www.sanrimji.com 다채로운 색깔의 산딸기 품종들 노란색, 다홍색, 빨간색 오미자 품종들 크기, 모양, 맛이 다양한 다래 품종들 빨간색 짙은 빨간색 노란색 오렌지색 밝은 빨간색 과실류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검은색 복분자딸기와 가장 흔히 구매할 수 있는 빨간색 산딸기 도 밝은색부터 짙은 색의 품종들, 여기에 오렌지색과 노란색 품종까지 개발되면서 활용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오미자 역시 전통적인 붉은색 외에 다홍색과 노란색 품종이 추가되어 시각적으로 더욱 다채로운 색 조합이 가능해졌다. 100 2025 June 다래 또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에는 키위보다 작고 외형이 투박해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소과형 품종이 인기를 끌며 글로벌 소비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열매의 형태 역시 비엔나소시지처럼 길쭉한 것부터 알 사탕처럼 동그란 모양까지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있다. 특히 신품종 중 일부는 키위와 유사한 외형에 아린 맛이 덜하고 단맛 과 신맛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어 수출용 과일로서의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렇듯 새로 개발된 신품종들은 디저트나 음료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기능성 성분이 풍부해 건강식품 소재로서의 잠 재력도 크다. 숲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가치 산림신품종을 통한 숲의 확장성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산림자원은 경제적 수익 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많 았으나 식용 중심의 신품종은 ‘먹는 숲자원’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산림신품종은 농업과 임업 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단순한 품종 개발을 넘어 산림자원의 ‘새로운 쓰임’을 통해 숲의 가 치가 다층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과거 보존 중심으로 여겨졌던 산림이 이제는 먹거리 생산지로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산촌 지역의 임가에는 새로운 소득자원이 되고, 식품 관련 기업에는 차별화된 원료 공급처가 되며, 소비자에게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2019년부터 우리나라 각 지역에 총 8개소의 ‘산림신품종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산촌주민의 일자리 및 소득 창출을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 산림신품종을 대량 재배·생산하고 제품 개발 및 판로 개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일례로 하동에서는 2019년부터 산초나무 신품종을 식재하여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평창 재배단지에는 곰취 품종보존원을 조성하여 현재까지 개발된 품종의 보존과 더불어 신품종 활용을 위한 보급 기틀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 한 기술 지원에도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미래 식탁의 판을 바꾸는 숲 이제 숲을 단지 휴식처나 탄소 흡수원만이 아니라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 식탁의 미래를 책임질 ‘생산지’로서 다시 바라보아 야 할 시점이다. 산림신품종의 다양성과 확장성은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앞으로는 유 망 품종의 지속적인 육성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시장에 연결할 수 있는 생산·가공·유통 체계와 소비자 인식 개선 전략 도 함께 필요하다. 산림신품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연구자, 임가, 기업, 소비자가 함께 연결된 먹거리 생태계의 조 성이 필수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숲은 소리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식탁을 바꾸고 있다. 미래 식량의 지형을 다시 그려갈 ‘숲푸드’의 출발점은 바로 우리 곁의 숲이다. 101www.sanrimji.com